밤을 새우는 독자
밤을 새우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배에 탈이 날 수도 있고,
눈앞이 흐려질 수도 있으며,
두통이 생기거나
다른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밤을 새운다.
매 순간 깨어
검은 글자들을 바라본다.
파즈르 기도를 알리는 아잔이 울린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로 향한다.
길은 고요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텅 빈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부지런한 노동자들은
일부 일터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이른 새벽,
새들조차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홀로 달리는 내 자전거가
밤을 새운 독자를 태우고 나아간다.
간혹 자동차 몇 대가 눈에 띈다.
이 새벽의 자동차 안에는
산업가나 공장주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거리를 찾아 나선 가난한 노동자들,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가는 이들이 타고 있다.
하지만 내 눈앞에는 그런 풍경이 없다.
나는 수천 년 전 세상의 길을 걷고 있다.
밤새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말없는 글자들이 내 눈앞에서 생명을 얻는다.
조선과 고려와 신라의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모여든다.
만주와 베이징과 도쿄,
세계의 동쪽 끝자락.
나는 때로 고대의 공자가 되고,
때로 부처가 된다.
밤을 새운 독자는 중국산 배터리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
고요하고 한적한 길을 나아간다.
2024년 10월 17일
삼부동, 대한민국
파이줄라 아만


